오늘은 만화책 편집자 6년 1개월 후기
그 중에서도 업무강도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만화책 편집자로 6년 1개월을 일했지만(중간 무급휴가 4개월 포함) 딱 1곳에서만 일했기 때문에
만화 업계는 다 이 정도 업무강도이다라고 일반화 하는게 아니라
제가 경험한 회사 기준으로 얘기한다는 점을 고려해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업무강도는 음..
할일이 많은 거지 업무 강도가 높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게 업무 강도가 높은 거였다.
특히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요즘 이직을 했는데. 사수가 야근을 많이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휴~ 이제 퇴사해야지라고 얘기하던데
보니까 야근이.... 내 기준 귀여운 수준...ㅎ
물론 많이 하시긴 하지만 전 직장이랑 야근만 보며 비교했을 때
여기는 이 정도가 퇴사를 운운할 정도의 근무 강도구나 싶었다.
내가 다닌 곳은 중소기업이기때문에 체계라는게 많이 부족했다.
특히 모든 편집자는 모든 업무를 할 줄 아는 올라운더를 만들겠다 라는 팀장님의 생각에 따라
나는 입사 후부터 매일 하는 일이 바뀌었다.
처음엔 스캔, 보정으로 시작해서 웹툰을 조금 하더니 출판팀이 되었다.
출판팀이었지만 웹툰도 조금씩 하기도했고 팀원들의 업무 상황에 따라 스캔도 가끔하기도 했다.
그리고 요즘 갑자기 유행한 웹툰을 만화책으로 바꾸거나 만화책을 웹툰으로 바꾸는 작업에도 투입되었다
이 작업은 아예 처음 하는 작업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하나도 정해진게 없었어서 정말 힘들었고
하나를 정해놓고 진행하다가도 계속 보완해나가며 방법을 바꾸고 그 방법에 따라 프리랜서님들에게 새로 알려주고 가이드를 만들고 하는 과정이 정말정말 힘들었다.
이때가 야근도 최고봉으로 많이했었고 일에게 삶이 잠식당해서 많이 피폐했었다.
이때가 야근 80시간을 찍었을 때 같은게 맞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나의 최대 야근시간이 80시간인데 보통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이니
평일과 주말을 갈아 넣어서 없는 2주를 만들어 한 달에 6주동안 일했다는 소리이다.
이때를 생각하면 그냥 일하고 야근하고 집에와서 자고 다시 일하고를 반복했던 것 같다.
근데 웃긴게 오히려 이때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그만 두는 선택지를 생각할 시간도 없이 눈앞에 해야하는 일에만 집중했던 때.
물론 매일 80시간씩 야근을 했던 건 아니다.
야근이 많았다고 강조했지만 조금 더 논리적인 수치로 말을 해보자면
저 80시간은 6년 중 딱 1~2달 정도로 딱 한 번뿐이었고 보통은 30~40시간이었다.
워라밸이 뜨기 시작하고 야근을 없애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야근이 많이 줄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팀 평균 20시간은 유지됐다.
정말 없었을 때(작업도 많이 없고 작업물들이 프리랜서들에게 가있어서 파일을 기다리는 시점)에도 10시간은 했다.
나중엔 팀장님의 의견도 조금 꺾이셔서 한명 한명 전문성을 갖고 집중하는 쪽으로 갔지만
나 같은 경우는 오래 있었던만큼 할 줄 아는게 많다보니 땜빵 역할로 많이 쓰였던 것 같다.
나도 여차하면 제가 할게요 하고 하기도 했고.
위에서 말한 거 외에도 프리랜서들과 일하기 떄문에 프리랜서들에게 나눠줄 가이드를 제작하고
프리랜서들과의 계약, 작업 소통, 정산, 업체 담당자들과 소통하며 거래처를 처리하기도 했다
또, 중소기업이다보니 사람이 필요한 일에는 다 투입됐던 것 같다.
한 번은 회사에서 굿즈작업은 진행했는데 굿즈 포장작업까지 다 같이 했다. 그것도 주말에. 야근수당없이.
물론 방금 예를 든 굿즈 포장 작업은 이례적인 일이긴 했지만 야근수당없이 주말 근무를 하는 건 그렇게 낯선 일은 아니었다.
특히 나랑 팀장님같은 경우는 주말 출근을 선호하는 편에 속했었는데
그 이유는 어차피 야근은 해야하는데 평일에 12시간씩 일하는 거보다
평일에 조금 일찍가고 주말에 나와서 4~5시간 일하는게 좀 더 편했기 때문이다.
다 끝난 후, 또 새로운 회사를 만난 후 생각해보니
나의 노동력이 헐값으로 취급되었는지가 보인다.
나는 세상 사람들 다 이렇게 힘들게 사는 줄 알았다.
지금은 회사가 아주아주 편하다
이렇게 쉽게 돈 벌어도 될 정도로.
물론 업무에서 오는 스트래스, 사람에게서 오는 스트래스가 없진 않지만
나의 노동력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지급해준다는 사실에
더 열심히 일하고 많이 배우고 싶다.
그만큼 내 몸값이 뛰고 나를 인정해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또 얘기하고 싶었던게
만화책 편집자면 만화책 많이 읽고 좋을 것 같은데
한 가지 생각해야하는게 내가 싫어하는 만화도 봐야한다는 뜻이다
가장 대표적인게 성인물
전 글에서도 말했지만 성인물이 들어왔을 때 정말 힘들었다
이 작업이 만화책에서 웹툰으로 바꾸는 작업이었는데 작업도 처음하는 작업이라 힘들기도 많이 힘들었지만
하루 10시간 이상을 살색 모니터를 보며 하악하악을 치고 있는 내 모습에 현타 그 이상의 자괴감이 들었고
우연히 남자 직원이 뒤로 지나갈 때는 얼굴이 시뻘게지기도 했다.
(그 직원은 내 모니터 보지도 않았는데..)
특히 그냥 성인물도 아니고 설정도 개차반이었다.
평범하게 야한면 말도 안 해. 성인물 안에서도 장르가 또 나뉘어서 판타지도 있고 불륜도 있고
무슨 성기사같은 것도 있다.
다 싫었지만 아직도 기억나는게 여자친구를 트레이드해서 성관계를 하는 문화였는데
일본어로 뭐 있었는데 그 단어는 기억이 안나네
어쨌든 성인물에 평범하게 야한 건 없다. 정말 각양각색으로 다 보기 싫었고 정신병 오는 줄 알았다.
또 성인물뿐만 아니라 여자를 물건 취급한다던지
너무 고어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작품이라던지
나의 가치관이 크게 흔들릴 정도의 작품들을 보면 많이 힘들었다
보통 만화 1편은 작업할 때 10번 이상 읽는데 그냥 보는 것도 아니고 그림, 글, 대사를 유심히 보기 때문에
그냥 후루룩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힘들다.
보기싫은 장면도 10번 이상 봐야하고 대충볼 수 없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내가 한달에 10작품을 한다면
그 중 내가 좋아하는 작품은 2~3 작품 정도이다
나머지 7작품은 정도만 다르지 보기 힘든 작품들이다.
특히 옛날 작품일 수록 더 그렇다.
나는 출판팀에서 일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출판팀은 옛 작품을 많이한다.)
그러다 귀여운 작품들 하는 달은 그 작품 하나만으로 힐링힐링하며 보냈던 것 같다
아직도 기억나는 작품이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귀여울 수가 있지 하며 행복하게 지냈었다
다른 사람 눈에도 귀여웠는지 그 작품은 대성해서 애니메이션까지 제작되었다는 기쁜이야기!
오늘은 업무강도에 대해 집중 얘기해봤다만화책 편집자 후기는 3편으로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또 생각나면 이어서 쓰려고 한다!그럼 빠-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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